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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붕 붕괴와 빙산 쟁기자국이 들려주는 과거‧미래 해수면 상승의 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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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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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 빙붕 붕괴와 빙산 쟁기자국이 들려주는 과거‧미래 해수면 상승의 단서 빙붕(ice shelf)은 남극 대륙을 둘러싸며 빙상의 빠르게 흐르는 가장자리를 지탱해 상류(접지) 빙하가 바다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속도를 제어한다. 최근 위성 관측은 라르센 B(2002)·윌킨스(2008)·아문센해 서부 빙붕(2016 이후) 등 약 10여 건의 갑작스러운 붕괴 사례를 기록했는데, 이때마다 상류 빙하가 가속되고 접지선이 후퇴해 해수면 상승 가능성이 커졌다. 그런데 관측된 사례가 너무 적어 **“앞으로 지구가 더 따뜻해질 때 빙붕이 언제·어디서·어떻게 무너질지”**를 정량적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 남극 빙상·해수면 예측의 최대 불확실성으로 지적된다.
빙붕이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빙붕이 붕괴되면 해양과 대기는 빙하 전면과 직접 맞닿는다. 결과적으로 해양 융해(melting) 가 가속돼 빙붕 하부가 얇아지고, 빙산 분리(calving) 가 잦아져 더 많은 빙산이 떨어져 나가며, 상류 빙하의 가속·세굴 (erosion) 로 접지선이 후퇴한다. 현재 남극 빙상의 질량 손실 가운데 약 45 %가 ‘빙산 분리’로 설명되지만, 지역별 편차가 크고, 빙붕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빙산의 크기·형태·빈도가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안정적 빙붕은 수십 년간 잔잔하다가 가끔 ‘축구장 수천 개 크기’의 거대 판상 빙산(tabular iceberg)을 떼어 내지만, 빙붕이 사라진 조수 빙하(tidewater glacier)는 상대적으로 자잘하고 빈번한 빙산을 배출한다.
빙산 쟁기자국(ploughmark) — 해저에 새겨진 ‘얼음의 서명’ 빙산은 바닷물에 떠 있으나, 빙산 아래에 달린 용골이 해저 퇴적물을 긁으면 폭 수십~수백 m, 깊이 수 m짜리 고랑이 남는다. 최근 다중빔 음향과 3-D 지진 탐사 기술 발달로 빙산 쟁기자국의 폭·깊이·간격을 고해상도로 복원할 수 있게 됐다. 연구자들은 좁고 V자형인 경우 ➜ 단일 용골을 지닌 작은 빙산, 넓고 평행한 빗살무늬가 반복될 경우 ➜ 여러 용골을 가진 거대 판상 빙산 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지질 기록 속 쟁기자국은 과거 빙붕의 존재·붕괴 시점, 빙산 크기 분포, 당시 해수 깊이 등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자연의 블랙박스’ 역할을 한다.
북해(北海) 해저에 숨은 거대 빙붕의 흔적 최근 고해상도 3-D 지진 자료를 통해 북해 중부 7개 구역(수심 115-148 m)에서 깊이 22-55 m에 묻힌 세 가지 유형의 쟁기자국이 발견됐다. 그중 폭 200 m·길이 4 km 이상·평행 빗살무늬를 띠는 흔적은 마지막 빙하기(약 23-19 ka) 당시 영국-아일랜드 빙상(BIIS)을 둘러싼 거대 빙붕이 존재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한다. 특히, 이 쟁기자국이 후기 빙하기(bikse Stage) 빙하 선형 위에 겹쳐 있다는 사실은 빙붕 붕괴 → 접지선 후퇴 → 빙상 퇴각이라는 연쇄 과정을 시간 순으로 재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왜 중요한가? — 현대 남극에 주는 교훈 빙붕의 지지력 이 약화되면, 상류 빙하 가속·해수면 상승이 수십 년 이내에도 현실화될 수 있다. 북해 지질 기록은 **‘안정적이던 빙붕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는 역사적 선례를 제공한다. 남극 빙붕 하에서 진행 중인 따뜻한 해수의 침투와 표면 융해 패턴을 모니터링하면, 미래 붕괴 임계점(threshold)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향후 연구 방향 위성-레이더 간극 해소 — 극야·악천후에도 관측 가능한 SAR(합성개구레이더)로 빙붕 전면 균열을 실시간 감시.
해저 코어 시추 — 북해처럼 남극 대륙붕 곳곳에서 퇴적 코어를 확보해 과거 붕괴 주기와 환경 조건을 정밀 연대측정.
다중 모델 통합 — 빙붕·해양·대기·수온·해류를 결합한 고분해능 수치모델로 붕괴-가속-해수면 상승 시나리오를 축소한다.
참고문헌
Scambos, T. A., et al. (2004). Glacier acceleration and thinning after ice shelf collapse in the Larsen B embayment.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31, L18402.
Clark, C. D., et al. (2020). A numerical reconstruction of the last British–Irish Ice Sheet and its collapse dynamics. Quaternary Science Reviews, 230, 106122.
Dowdeswell, J. A., & Bamber, J. L. (2007). Keel depths of modern Antarctic icebergs and implications for sea floor scouring. Marine Geology, 243(1-4), 120-131.
Hogan, K. A., et al. (2016). Revealing the former bed of Thwaites Glacier using marine geophysical data.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 460, 30-40.
Wise, M. G., et al. (2023). High-resolution 3-D seismic evidence for tabular iceberg ploughmarks in the central North Sea. Earth Surface Processes and Landforms, 48(5), 92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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